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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수면교육에 대한 고찰

· 댓글개 · Richard Ryu

아기 수면교육에 대한 고찰

 

아기-수면교육

 

오늘은 아기 수면교육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이전 포스팅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목차없이 사진과 글로만 포스팅을 구성할 예정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지 어느덧 75일에 접어든 지금 신생아 수면교육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시점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사실 별거 없다. 요즘에는 수면교육이다 수면기회다 뭐다해서 여러 전문가들도 등장하는 등 아기들이 이른시기부터(빠르면 50~70일 이후) 일련의 교육을 통해 '혼자 등대고 잠들 수 있게 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육아전문가도 강조를 하고 주변 사람들도 강조하는 상황속에서 부모들의 마음은 흔들리기 쉽다. 마치 수면교육이 반드시 행해져야하는 무언가라도 되는 것 마냥.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

 

이러한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아기를 위함이 아닌 부모 자신을 위한 것임에 더욱 가깝기 때문이다. 어린 아기들은 수면교육을 원치 않는다. 아기들은 안겨서 안정감과 부모의 사랑 그리고 심장소리를 느낀 상태에서 잠에 빠져들길 원한다. 하지만 수면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은 아기를 안고 있느라 축내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화장실도 못가고 설거지도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잠도 편히 못자고 등등 제약되는 것만 나열하라해도 1000자는 거뜬히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처량하기만 하다. 

 

아기-수면교육

 

처음 수면교육을 접했을 때


수면교육이라는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 이 단어를 들은 것은 아마 와이프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여기저기 주변 맘톡방과 맘카페 등 다양한 정보원들을 통해서 아기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와이프이기 때문에 '수면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을 때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고 알아보기 귀찮기도 했지만. 못 먹어도 GO 스타일인 나는 그냥 하자는대로 할 뿐이었다.

 

그렇게 알아보게 된 수면교육에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 쉬닥법은 생후 50일 미만의 시점인 아기들에게 적용하기 좋은 교육방식으로써 아이를 어느정도 비몽사몽하게 만든 다음 침대에 눕히고 '쉬~' 소리와 토닥임을 활용해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며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퍼버법은 생후 3~4개월 이상이 된 아기들에게 적합하며 너무 어린 아기들에게 권장되지 않는 방식이다. 방식 자체는 간단하다. 안아서 어느정도 재운 다음 완전히 잠들기 직전에 침대에 내려놓는다. 이를 통해 아기가 '아~ 나는 엄빠의 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침대 위에 눕혀졌구나~'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비몽사몽한 아기는 처음 눕혀진 시점에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모로반사로 인해 깨어났던 그냥 깨어났던 눈을 뜨게 되는 순간이 오면 아기는 침대 위에 놓여진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울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최초 5분을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린다. 5분이 지나면 앞선 행동을 반복한다. 또 울기 시작하면 다음은 10분을 기다린다. 다음은 15분, 20분 등등 점차 '아기가 침대 위에서 우는 시간'을 늘려나가며 아기가 스스로 침대에 적응되는 동시에 울다지쳐 잠에 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퍼버법이다. 

 

  • 안눕법은 퍼버법과 유사하지만 좀 더 친절하다. 아기에게는 가짜울음과 진짜울음이라고 해서 딱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이건 굳이 달래주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것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무언가가 있다. 즉, 악쓰며 우는 아기를 안아서 진정시키고 어느정도 재운 다음 침대에 눕혔을 때 다시 울기 시작하면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달래는 타이밍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잠투정 식의 앵앵, 뿌앵거리는 울음이라면 일단 침대 위에서 스스로 잘 기회를 더 제공해주고, 악악거리는 숨넘어갈듯한 울음이라면 바로 안아서 다시 달래고 눕히는 방식이 바로 안눕법이다. 퍼버법보다 아기를 고생시키는 시간은 비교적 적지만 그만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온 신경을 쏟으며 아기를 들었다놨다 해야하는 부모의 정신적, 육체적 고생은 더 크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론적인 부분만 봤을 때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무엇이든 간에 실전에 적용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봐야지 본인의 것이 된다고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수면교육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아기-수면교육

 

처음 수면교육을 시도했을 때


그렇게 무작정 시도를 해봤다. 

 

처음 시도한 때는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아기가 약 50일이 된 시점이었을 것이다. 내가 출근한 날이면 하루종일 혼자서 애를 봐야하는 룡이(와이프)라서 손목에 무리가 많이가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래서 확신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퍼버법이 끌려서 첫 방식으로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수면교육의 첫번째 전제조건이 바로 '부모의 확신'이라는 것을...

부모가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방식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쉬닥법은 시기상으로 봤을 때 가장 적합한 방식이기는 했지만 아무리 '쉬~' 소리를 내고 백색소음을 들려주어도 침대에 눕히는 순간 아기가 목청 터지듯 울어내는 소리가 더 컸기 때문에 단박에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퍼버법을 시작하게 됐고 1차 시도 때 아기를 침대에 눕히는 과정까지 정말 완벽했다. 하지만 적어도 30분 이상을 잘 것이라고 확신했던 아기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울기 시작했고 그대로 5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안아서 다시 재우려고 노력했지만 문제는 한 번 깬 순간부터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냥 안겨서 잠든 순간에 푹 재우면 되는 것을 굳이 내려놓는 행위로 인해 아기는 잠에서 깨어나고 순간적인 각성상태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둥가둥가하고 엄청난 인내 끝에 재운다 한들 다시 내려놓는 2차 시도에서 아기는 또 금방 깨어났다. 3차, 4차, 5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아기가 울게 냅두는 걸 최대 30분까지 버티고 나서야 내 방식에 의심을 품게되었다. 그러던 와중 와이프의 한마디가 이어졌고, "이러다가 애기 숨넘어가겠어". 이내 수면교육을 멈추게 되었다. 

 

퍼버법을 약 한시간 넘게 진행하다가 포기한 시점에서 안눕법을 연달아 강행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안눕법을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퍼버법은 아기가 우는동안 안보이는 곳에서 기다리기라도 하지 안눕법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아기의 울음소리를 인내해야하고 퍼버법보다도 육체적인 소모가 더 크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아 교육을 멈추게됐다.

 

그리고 한동안 수면교육은 잊고 본연으로 돌아가 아기를 그냥 안아서 재웠다^^ 

 

아기-수면교육

 

수면교육에 대한 고찰, 꼭 해야하는가?

이후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기가 생후 70일을 넘기게 됐다. 회사 선배왈 "지금부터 슬슬 수면교육을 시작하는걸 추천드려요"라는 말 한마디가 들려왔고, 이전에 내가 했던 수면교육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망각한채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G(ood) G(ame)

 

나도 그렇고 와이프도 그렇고 정말 지칠대로 지쳤다. 물론 아기도 상당히 피곤해보였다. 와이프는 완전 멘탈이 나가서 전혀 들어먹지 않는 우리의 방식을 비난(Blame)하며 도저히 못하겠다고 할거면 혼자하라는 식의 떠넘기기 화법을 구사했다. 심지어 수면교육이라는 용어를 가장 먼저 알려준 사람이 본인인데 이제와서 나 혼자 하라니... 모든 상황이 밉기만 했다. 더 싫었던 것은 나조차도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하게 된 것이 바로 내가 사는 동네의 커뮤니티(카페) 내에 현재 내 상황을 글로 잘 녹여내어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보자는 것이었다. 답은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하던지 필요없던지. 그리고 토요일 늦은밤 올린 내 글은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의 호응을 얻었고 꽤나 많은 의견들을 줍줍할 수 있었다.

 

아기-수면교육
비록 좋아요의 수는 적었지만...ㅎㅎ

 

모든 의견들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자면 결국 "수면교육은 굳이 안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댓글중에 수면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본 엄마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확률도 따져봤을 때 넉넉잡아 약 85% 이상은 수면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듯해 보였다. 

 

댓글 내용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았다.

 

  • "6살까지 키워보니 수면교육 의미없습니다. 아이는 그냥 때되면 알아서 하더라구요. 다만 그때가 되는걸 어른이 알아채서 도와줘야되는데 그걸 캐치하지 못하면 아이가 땡깡부리고 힘들어하더라구요." → 수면교육은 큰 의미가 없지만 일정 시기가 되었을 때 지속적인 수면의식과 수면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 같음

 

  • "18년 황금개띠 저희 아들도 태어날때부터 울음소리부터 남다르던 샤우팅 창법이었던지라 참 눈물섞인 시행착오의 터널을 오가며.. 유명 육아서적도 뒤적이고 전국구 맘카페에 밤마다 호소해대던 첫째때가 엊그제같네요. 백일의 '기절'을 선물해주던 고마운 아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책에서 말하는 대로 커주지 않았던 아이였는데 그냥 더 품어줄껄... 수용해줄껄...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뒤집기, 걷기, 언어트이기 등 조급할 필요가 전혀없고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래요."

 

  • "너무 어려요... 제 조동(조리원 동기) 친구도 애기 백일무렵 수면교육하다가 거품물고 경기 일으켰대요... 응급실가서 엄청 혼나고 왔다네요. 어차피 때되면 혼자 자요. 안아 재우는게 답답해서 내려가려고 하는 시기도 스스로 찾고요. 많이 안아주세요. 저도 지금 둘째가 8개월인 아이 둘 엄마인데 시간 지나고나면 '그때 더 많이 안아줄걸' 후회됩니다. 억지로 떼내지마세요ㅠㅠ 힘드시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엄마도 아이도 편한 시기가 와요."

 

  • "육아를 책으로 하다보면 시행착오가 생기더라구요. 책에서는 이렇게 하랬는데? 싶고요. 아이들의 성향이 찍어내듯 다 똑같지 않아요. 로봇도 아니고요. 아이에 맞춰 육아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70일이면 아직 애착관계 형성을 해야하는 시기이고 잠드는걸 무서워하는 시기라고 들었어요.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하면 알아서 잠드는 시기가 와요. 밤낮 구별할 수 있게 낮에는 햇빛도 보게해주고 밤에는 완전히 어둡게 재워보세요. 잠들기 전에 수면의식처럼 매일 반복하면 아이도 인식하고 잘 자더라구요~"

 

  • "전 첫째 떄 (수면교육) 하루하고 포기했어요. 진짜 죽어라 우는데 제 마음도 아프고 그렇게까지 해서 재워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둘째는 애초에 시도도 안하고 그냥 안아재우고 젖물려재우고 어찌저찌 재우다보니 지금은 젖먹다가 그대로 아침까지 자요. 110일 이제 막 됐구요. 첫째는 6개월까지 안아재워서 엄청 힘들었는데 힘든만큼 애착관계 형성도 잘됐고 때론 그 시기가 그립더라구요.

 

전반적으로 이러한 느낌의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물론 정말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면교육의 방법론에 대해 빠삭하며 확신을 가진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좀 더 이른시기부터 스스로 잘 수 있도록 잘 인도해주실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댓글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아기는 이론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부모의 판단여하에 달려있고 아기들이 잘 따라오도록 리드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아기-수면교육
 

 


나름 열심히 키우는 와중에서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나의 행동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기도 하고 그로인해 아기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아기들은 잘못이 없다. 인내심 결여와 미숙한 감정 컨트롤로 인해 육아를 하는 도중에 아기를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될뿐이다. (저 스스로에게 하는말...)

 

육아에 지친 모든 분들이 힘든 와중에도 아기에게서 행복을 찾고 보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 화이팅!

 

2021.04.27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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